사람이든 기업이든 지속가능한 성공이란 자신이 주인이자 리더로 일어선 순간에서 삶의 개입이 끝나는 순간까지 매년의 성과를 평가했을 때 시작점에서 마지막 지점까지 막대 그래프를 연결한 기울기에 의해서 평가된다. 리더에게 개입이 끝나는 지점은 조직을 은퇴하는 시점이고 자연인에게 개입이 끝나는 지점은 죽음과 직면한 시점이다. 지속가능한 성공은 한 시점의 스파이크가 아니라 시작점과 마지막 지점 사이의 우상향 그래프의 기울기이다.

리더나 기업은 자신의 개입이 끝나는 시점이나 정산을 약속한 시점(기업의 경우는 100년)까지 자신이 세상에 존재함으로 세상이 어떻게 더 나아질 것인지 존재목적에 대해 공개적으로 약속하고 이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을 드라이버로 삼아 급진거북이(잉걸북스, 2024)의 전략으로 묵묵히 자신의 미션을 수행한다. 존재목적을 실현한 결과 재무적 성과가 따라오는 방식으로 경영한다.

워런 버핏이 2025년 말로 은퇴를 선언했고 버크셔 해서웨이 후계자로 자신의 투자철학을 가장 잘 알고 집행해온 비보험 부문 그렉 아벨 부회장을 지명했다. 이번 말 은퇴가 마무리되는 시점을 마지막 지점으로 워런 버핏은 자신이 기업과 투자를 시작했을 때 한 약속을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지킨 사람의 대열에 올랐다.

1964년 몰락하던 직물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그는 60년 만에 이를 시가총액 1조2000억 달러, 자회사 180개, 연매출 4000억 달러에 이르는 거대 복합기업으로 키웠다. 주가는 무려 550만2284% 상승했고, 연평균 수익률은 20%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S&P500의 총수익률 3만9054%와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그는 어떻게 이런 기적을 만들어냈을까? 정답은 ‘내재가치(intrinsic value)’라는 단어에 있다. 버핏은 단기 주가의 등락이나 유행에 흔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기업이 창출하는 장기적인 ‘내재 가치’를 보고 투자했고, 그 가치를 신뢰하며 인내했다. 그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애플, 코카콜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내재가치와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소수의 기업이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분산보다 선택과 집중, 숫자보다 신념에 가까운 투자였다.

버핏의 철학은 단순한 투자 공식을 넘어 자본주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그는 금전적 가치를 투자 결정의 출발점으로 삼지 않았다. 오히려 **기업의 장기적 성장은 ‘내재적 가치’라는 본질적 요소가 앞에서 끌어주는 드라이버(driver)**가 되어야 한다고 봤다. 그리고 그 성실한 여정의 결과로 **얻어진 금전적 성과는 뒤따라오는 강화제(reinforcer)**일 뿐이었다.

이 접근은 현대 기업이 흔히 빠지는 경제 가치 순환론과 뚜렷하게 대조된다. 많은 기업은 이익 자체를 목표로 삼는다. 이익을 내기 위해 행동하고, 그 이익이 다음 행동을 강화하며, 또 다른 이익을 추구하는 구조. 이 구조는 처음엔 유효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시시포스의 돌굴리기’와 같다. 돌을 굴려 정상에 올려도, 다음 순간 다시 방향을 잃고 굴러 떨어져 원점으로 돌아온다. 이익을 위한 이익은 방향 없이 반복된다.

더 나아가 이 순환은 외부 충격, 예컨대 경제 위기나 시장 붕괴에 직면하면 ‘우로보로스(Ouroboros)’—자기 꼬리를 먹는 뱀처럼 자기 소멸적인 구조로 전락한다. 이런 기업들은 경기가 어려워지면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마지막까지 먹지 말아야 할 종자 씨앗을 먹는 우를 범하고 사라진다. 내재적 가치 없이 돈이 돈을 낳는 구조는 본질 없는 팽창이고, 위기 시 가장 먼저 꺼지는 불꽃이다. 반면 버핏은 내재가치가 경제적 암흑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유일한 등불이자 등대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런 철학은 그가 이끈 버크셔 해서웨이의 재무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버핏은 늘 대규모의 현금을 보유하며 미래의 내재적 가치 창출이 무너지는 위기에 대응할 준비를 했다. 현재 버크셔는 약 487조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아이비리그 전체 기금보다 크다. 또한 미국 재무부 단기 국채의 5%를 보유하며, 단기 안정성까지 확보했다. 워렌 버핏에게 현금의 의미는 일반 기업의 현금의 의미와는 다르다. 현금은 살아남기 위한 현금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기업의 미래 가치 보존에 투자하기 위한 현금이다.

버핏의 진정한 유산은 투자 성과 그 자체가 아니다. 그는 자본주의가 더는 금전의 끝없는 자기증식을 목적으로 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며, 그 가치가 사회적·경제적 신뢰를 형성하고, 그 신뢰가 다시 자본으로 환원될 때 비로소 진정한 선순환이 시작된다.

진성리더나 진성기업은 자신들이 주체적으로 일어선 시점과 변화에 대한 개입이 종결되는 마지막 시기까지 시간 단위를 롱패스(Longpath)라고 규정한다. 롱패스는 진성리더와 진성기업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본적 시간의 단위다. 워렌 버핏에게 롱패스는 개입을 시작한 시점과 올해 말 은퇴하는 시점의 60년 간이다. 워렌 버핏은 이런 롱패스의 시간을 시간으로 삼을 때 시간은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롱패스의 시간을 평가의 시간 단위로 인식할 때 “시간은 훌륭한 기업의 친구이지만, 형편없는 기업의 적”으로 변한다고 설명한다. 워런 버핏은 60년간 롱패스의 시간을 친구 삼아 진정한 지속가능한 자본주의를 실현해온 인물이었다. 그의 은퇴는 한 시대의 끝이 아니라, 본질로 돌아가자는 강력한 메시지다. 오늘날 우리가 따라야 할 모델은 더 많은 이익을 만드는 투자자가 아니라, 더 깊은 가치를 신뢰하는 투자자일 것이다.

평생 #진성리더십의 원리를 채용해 삶과 기업에서 #급진거북이 전략을 실천해 우상향 그래프를 만들어내고 세상에 대한 약속을 정산해 유산으로 남긴 웨렌 버핏의 은퇴를 축하드린다. 당신 덕택에 자본주의는 새롭게 정의되었습니다.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