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면 누구나 성장할 수 있다.”

캐롤 드웩(Carol Dweck)이 제시한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은 수십 년간 교육 현장과 기업 조직에서 긍정적 동기의 원천으로 활용되어 왔다. 개인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이 노력과 전략에 따라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은 분명히 유익하다. 이는 고정된 자질에 안주하지 않고 자기 효능감을 키우도록 돕는다. 교육자와 관리자, 심지어 부모에게도 성장 마인드셋은 유용한 언어가 되어왔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개념이 신자유주의적 시장 경쟁 구도 속에서 오용되는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시장 중심의 효율성과 경쟁력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성장 마인드셋은 “성장하지 못하는 사람은 사회적 루저(loser)이자 기본적으로 해야할 노력조차 않은 게으른 사람”이라는 도덕적 낙인의 대상이 된다. 이는 실패에 대한 구조적 원인이나 사회적 불평등을 감추는 이데올로기가 될 수 있으며, 개인의 자기 책임론을 부각해 집단 수준의 연대를 사소한 것으로 만든다.

더 큰 문제는 개인 성장론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옳은 주장처럼 받아들여질 때다. 대부분의 주체가 성장할 수 있었던 호황기에는 이런 개인 성장론이 실제 성장을 체험한 많은 대다수 사람들에 의해 지지받을 수 있었다. 루저로 전락한 사람들의 아픔도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조용히 잊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L자형 장기 불황 속에서 구조적 기회가 사라진 시대에, 무한 성장을 가정하는 마인드셋은 더 이상 대안이라기보다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동으로 전락한다. 개인들에게 성장기회가 닫힌 현실에서, 성장은 선택이 아니라 유전자 복권에 중복 당첨된 소수에게 주어진 선택적 특권이다.

이런 개인주의적 성장론을 리더가 조직차원에서 몰고 나간다면 사회를 붕괴시키는 원인으로 작동한다. 이런 조직은 사회적 갑질의 원흉이 된다. 성장 잠재력이 없음에도 성장에 대한 드라이브는 필연적으로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과 쥐어짜기로 발현된다. 협력업체를 넘어 자신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가격의 출혈 경쟁이 일상이 되어 동종업계의 약체 기업들을 시장에 몰아낸다. 아니면 자신들의 잘못으로 고객에게 가한 피해를 리콜할 일이 생겨도 외면하는 SKT 사태와 같은 사건들이 비일비재한 일상이 된다.

뱀이 배가 고프면 자신의 꼬리를 먹고 결국은 자신도 사망하게 만드는 우로보러스가 일상이 된다. 결국 사회의 미래를 위한 가치 창출에 드라이버로 나서야할 기업들이 도산하고 결국 사회는 붕괴된다. 심지어 이런 성장주의가 영적 성소인 교회에 의해서까지 채용되면 큰 교회가 작은 교회를 집어삼켜 사회의 정신 공동체 자체를 붕괴시킨다. 종교까지 개별적 성장주의에 오염되면 아마도 사회는 갈 때까지 다 간 형국이다.

지금은 개인 성장이라는 이데올로기 간판을 내리고 집단 지속가능성에 대한 철학을 시대의 새로운 드라이브로 내 걸어야 할 시대다. 우리 연구진(Lawler at Cornell, Thye at USC, Yoon at Ewha)과 우리의 집단동학 연구실(Group Dynamics Lab)에서는 신자유주의 거품이 꺼지는 조짐이 보일 때부터 이런 상황이 도래할 것을 예측하고 개인 성장 마인드셋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집단 마인드 셋인 **플러스 섬 마인드(plus-sum mindset)**을 드라이버로 삼을 것을 요구해왔다.

플러스 섬 개념은 모든 구성원이 함께 고통의 문제를 같이 용기 있게 직시하고 고통을 근원적 수준에서 협업으로 해결할 것을 전제하는 사고의 패러다임이다. 경쟁의 결과로 사회의 누군가 이기고 누군가 지는 제로섬(zero-sum) 구도가 아니라, 서로의 기여가 집단 전체의 안정과 번영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말한다.

플러스 섬 마인드는 공존과 협력, 연대의 감각을 회복시키며, 집단 지능(collective intelligence)과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축적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단순히 '착한 마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생존을 위해 지금 당장 해결해야할 난제인 노동의 대체가능성, 기후위기, 경제위기, 공동체의 파괴 등 지속가능한 조직과 사회를 설계하기 위한 전략적 패러다임이다.

플러스 섬 패러다임은 단순히 마인드 변화만으로는 성립되지 않는다. 이를 위한 제도적, 문화적 설계를 관장하는 거버넌스의 변경이 요구된다. 우선, 미래를 위한 협업과 보상의 공유를 보상하는 인센티브 구조가 필요하다. 둘째, 경쟁보다는 공동 창출(co-creation)을 장려하는 환경 설계가 중요하다. 셋째, 실패나 느린 성장도 존중받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계의 안전’이다. 미래의 가치를 창출하는데 실패하더라도 경제적으로 패가망신 시키는 것이 아니라 재기할 수 있는 보상과 인정에 대한 심리적 안정감 기제가 전제되어야 한다. 서로의 아픔에 대해서 상호 책임을 지는 최소한의 안전 관계망 안에서만, 사람은 자기중심적 생존이 아니라 ‘우리’의 지속가능성을 향해 사고할 수 있다.

기업의 차원에서 이런 플러스섬 거버넌스의 모범을 보이는 기업이 파타고니아다. 파타고니아는 자신들의 기업으로서 존재하는 이유를 제로섬 경쟁으로 몰락하기 직전인 지구를 구하기 위해 사업한다로 정했다. 이 회사의 비즈니스 전략도 모두 플러스섬을 극대화 하기 위한 협업전략으로 운용하고 있다. 지금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최고의 영역을 가진 곳은 기업이다. 기업 생태계에 파타고니아 같은 기업들이 6% 정도만 생성되고 이들이 서로 연대한다면 지구의 지속가능성의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파타고니아까지 가지 못해도 어떤 기업이 지금과 같은 L경기 상황에서 성장 마인드셋을 강조해가며 몰아친다면 직원들은 필연적으로 동료를 경쟁자로 생각하고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조직의 자원을 암암리에 전용할 것이다. 이런 조직에서 대부분의 일은 조직의 생존과 번성을 위한 진짜 일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살아남기 위한 유사일로 전락한다. 반면 플러스 섬 거버넌스는 공동의 목표를 중심으로 다양성을 수용하고,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기여하도록 만든다. 개인의 수준을 넘어 집단의 수준에서 장기적 회복력과 존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문화를 설계할 것이다.

드웩이 말한 성장 마인드셋은 분명히 신자유주의 이념이 작동하던 경기가 좋던 시절에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성장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은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운동장의 설계 자체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이 바뀐 운동장에서는 성장하지 않더라도 인류 생존의 기본 전제인 누구나 존엄할 수 있는가?

"나는 얼마나 성장했는가?"라는 비현실적 질문을 뒤로하고 "우리는 얼마나 지속가능한가?"를 묻고 가버넌스를 혁신해야 한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집단적 플러스섬을 거버넌스의 드라이버로 삼고 여기서 얻어진 결과로 개인성장을 강화제로 따라오게하는 구조로 거버넌스 대전환이 요구된다.

지금은 파이를 나누는데 집중할 시점이 아니라 파이를 만들고 키울 수 있는 플랫폼을 설계하는 일에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