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생각하는 기관인 동시에 실험하는 기관이다. 뇌 중에서도 대상회(Cingulate Cortex)가 세상과 자아를 연결해가며 둘을 이어주는 최적화된 지도를 그려내는 실험실이다. 아무리 머리가 뛰어나도 생각이 모자란다는 것은 대상회가 실험실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대상회는 뇌의 가장 안쪽 번연계(Lymbic System)를 감싸고 있는 부분으로 뇌에 편재한 다양한 기본 모드의 연결(Default Mode Network)을 담당한다. 대상회는 인간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오히려 활발히 작동하는 시냅스 네트워크 허브다. 세상과 자아 사이를 오가며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실험하고, 시뮬레이션하고, 자아를 세상과 연결해가며 최적화된 원리를 만들어가는 뇌 속 이론 실험실이다.

실험실로서 대상회는 세상에서 통용되는 원리를 검증하고 내면화하는 과정을 담당한다. 대상회는 단순히 회상하고 멍하니 떠올리는 네트워크가 아니다. 오히려 ‘만약 내가 이렇게 행동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는 가상 시뮬레이션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실험실이다. 세상은 고정된 것이 아니며, 자아도 마찬가지다. 그 둘이 만나는 방식은 상황마다 다르며, 매번 새롭게 조정된다. 대상회는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우리가 세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신념을 검증하고 재정렬한다. 대상회라는 실험실이 제대로 작동하는 사람들만이 바뀌는 세상에 민첩하게 적응하고 세상에 맞는 지도를 수시로 그려내 번성에 성공한다.

이 대상회 안에는 세 가지 핵심 기능이 있는데, ACC(전대상피질)는 외부로부터 오는 정서적 갈등과 위협을 감지하고, PCC(후대상피질)는 과거의 기억과 자아 개념을 기반으로 내면을 성찰하는 거울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 둘 사이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MCC(중간대상피질)이다. ACC가 정서의 안테나를 이용해서 세상으로의 멀리 뛰기를 담당한다면 PCC는 안으로 깊이 뛰기라는 성찰을 담당한다.

최근 뇌과학 연구를 보면 MCC는 ACC와 PCC의 단순한 연결통로가 아니라 ACC를 통해 세상에서 오는 정보를 날줄로 PCC를 통해 전달되는 자신의 내면의 상태가 보내는 메시지를 씨줄로 삼아 뇌의 시냅스에 직접 지도를 그려내는 지도술사다. MCC는 ACC와 PCC 사이를 오가며 서로 다른 성질의 정보를 조율하고, 그것을 토대로 세상을 여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도를 그리는 역할을 한다. 이 지도는 외부 현실과 내면의 가치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사고의 뼈대이자, 적응하고 번성하기 위해 필요한 길을 제시해준다.

MCC의 제대로 된 지도를 그려내는 지도술사의 능력이 생존과 번성을 결정한다. MCC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는 경우 상황이 변화하면 변화된 상황에 맞춰 새로운 지도를 그려낸다. MCC가 제대로 작동되는 사람들만이 단지 과거를 돌이키거나 감정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판단과 행동이 지금 이 상황에서 최선인가’를 명료하게 구분하는 메타인지의 허브로서 작동한다. MCC는 자아와 세계 사이의 불일치를 감지하고, 그것을 조화롭게 연결시킬 수 있는 행동 패턴을 생성한다. 이 과정에서 MCC는 뇌 전체가 활용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지도(map for action)를 설계하는 역할을 맡는다. MCC가 제대로 기능하는 사람들만이 밖으로 멀리 뛰기 해 얻어낸 정보를 안으로 깊이 뛰기 해 자신의 내면과 연결시켜 씨줄과 날줄로 직조해서 자신만의 고유한 알고리즘인 태피스트리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종종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방향을 잃은 사람들을 본다. 정보는 많지만 길은 보이지 않고, 감정은 강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는 상태에 있는 사람이다. 이는 지도 없이 세상을 헤매는 모습이다. 이때 지도술사 MCC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사람은 과거 기억(PCC)에만 머무르거나, 당장의 반응(ACC)에만 매몰되어 충동적 행동이나 회피적 사고에 빠질 수 있다.

반면 MCC가 건강하게 작동하면, 내면에서 감정과 이성, 과거와 현재, 자아와 타자 사이의 긴장을 조정하고, 거기서 도출한 원리를 토대로 적응 가능한 전략을 그린다. 이는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역할 수행, 미래를 위한 선택, 자기다움을 유지한 확장으로 이어진다. 즉 MCC는 번영 가능한 삶으로 이끄는 인지적 나침반인 셈이다.

인간에게 대상회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호모 사피언스(생각하는 사람)의 지위를 달성하지 못한 셈이다.

실험실의 수장이자 지도술사이자 인간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마지막 관문인 MCC를 깨우는 법이 있을까?

MCC는 자동적으로 작동되기보다는, 성찰과 시뮬레이션, 판단과 행동 사이의 반복 연습을 통해 더욱 정교해진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가 감정적 조절이다. ACC는 편도체와 직접 연결되어 있어서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 되는 것을 막아주는 첫째 관문이다. ACC가 정서적 조절의 기능을 제대로 담당하지 못하면 감정적으로 과열되어 객관적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다. 지도술사인 MCC는 ACC의 중계로 감정 속에 담긴 맥락적 정보를 해석해야 하는데 감정적으로 오염된 정보를 받는다면 아무리 뛰어난 지도술을 가진 MCC도 엉뚱한 지도를 그릴 수 밖에 없다. ACC는 일반적 정서 속에 숨겨진 고통과 희열을 파악하는 정서지능을 통해 근력을 얻는다. 정서지능은 동물처럼 세상의 위협과 기회에 직접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한 발 물러서서 보는 지혜를 의미한다. 자신 속에 흐르는 정서에 직접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정서가 무엇인지 왜 이런 정서가 생겼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해석하는 능력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정서에 그대로 반응하기보다는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해석하는 능력, 이런 해석을 관계를 투명하게 만드는데 이용하는 능력, 이런 모든 평가와 해석에 재를 뿌리는 분노와 자신을 분리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자신의 내면에 깊이 뛰는 PCC 능력도 세상과의 교류가 끊어진다면 자신의 내면의 챔버 안에서 메아리 없이 무한순환의 괘도를 벗어날 수 없어서 MCC가 내면의 의도를 제대로 해석해 지도를 그리는데 도움을 줄 수 없다. 과거에 대한 성공에 갇혀 살거나 과거에 대한 아픔을 극복하지 못하고 감추고 제어하기 위해 거적을 덮어놓았는데 여기에 구더기가 생긴 상태라면 PCC가 자아의 거울을 이용해 자신의 욕구를 제대로 성찰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PCC의 기능을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아픔과 감정에 진실한 일인칭 글쓰기나 명상이 큰 도움이 된다. 자기성찰적 일기 쓰기 또는 명상을 통한 메타인지 훈련은 PCC에서 떠오른 내면적 기억과 감정이 MCC에서 제대로 분석되고 해석되도록 돕는다.

ACC나 PCC가 제대로 작동되면 MCC가 제대로 된 지도를 그려내는 지도술사의 책무에 큰 장애는 없다. 그럼에도 뇌과학 연구에 기반해 MCC의 역할을 강화시키는 최고의 방식은 상상 기반 행동 시뮬레이션과 피드백이다. 실제로 몸으로 행동하기 전, 머릿속에서 가상의 행동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고 상상적 체험을 반영하여 평가하는 연습을 하고 심리적 안정지대 속에서 비슷한 실험실을 운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험적으로 적용해보고 이들의 진솔한 피드백을 받아 지도를 수정하는 작업에 진심을 보여야 MCC가 지도술사의 근력을 형성한다.

대상회라는 실험실이 제대로 작동되기 때문에 우리는 사람들로부터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찬사를 얻는다. 특히 대상회의 MCC는 세상과 신크로하는 적절한 지도를 그려 생존을 넘어 번성을 달성하게 만드는 뇌 속의 전략가다. ACC MCC PCC가 서로 목적을 위해 협업하는 구조를 형성할 때 우리는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알고리즘에 도달한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현명하고 능력이 있다는 현능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MCC가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때 단순히 위협에 반응하거나, 내면에만 몰입하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MCC는 이러한 시대에 가장 필요한 뇌의 기능 중 하나이며, 지금-여기에서 가능한 길을 정확하게 그려주는 지도술사다.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자아를 어떻게 배치하며, 무엇을 선택할지를 결정짓는 핵심 축이다. 이 MCC가 깨어날 때, 우리는 단지 살아남는 것을 넘어 번성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뇌의 건강성(Functionnning)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진보하면 인류는 사람의 가치 Human Capital을 뇌의 가치를 통해서 판단할 것이다. 여러 뇌 부위 중 굳이 한 부위만을 통해 평가한다면 뇌과학자들은 대부분 지도술사의 현능함을 판별해주는 MCC의 가치로 인간의 가치를 평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