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정치에 오염되었음이 #지귀연 과 #조희대 사건을 통해 적나라 하게 드러나고 있다.

법원이 지금처럼 나름의 독립성을 주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이 법관이 되기 위해 법전을 붙들고 시험을 준비하고 있을 때 국민들은 군사 독재에 대항해서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피를 흘렸기 때문이다. 지금 사법부가 누리는 재판의 독립은 국민이 흘린 핏값이다. 이런 사법부가 자신들의 독립성을 위해 피를 흘렸던 더 아픈 국민을 위해 은혜를 갚기는커녕 권력의 하수인으로 배신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 국민을 피흘리게 만들고 있는 이들의 행태는 배은망덕의 극치다.

이들 눈에는 아파하는 국민이 사라지고 변호사로 개업한 후 누릴 수 있는 전관예우라는 밥그릇만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정년 후 변호사로 개업할 때 가장 비싼 도장값을 가진 대법관으로 정년을 마치고 싶어하는 일반 법관의 열망과 대법관을 대법원장 추천으로 임명하는 구조가 문제다. 이런 무소불위 대법원장을 대통령이 추천하고 임명하는 제도가 지금의 배은망덕에 봉사하는 비민주적 위계 서열을 낳고 있다. 지금의 구조 속에서는 각자의 양심에 따른 판결은 눈속임이다. 법관들이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는 군대보다 더 치열한 위계서열에 맹종해야 한다.

이런 권력구조 아래서 법관들은 자신이 보은해야할 임명권자에서 선택적 정의를 베풀고 반대 세력에게는 엄격한 철퇴를 가해 대신 싸웠다. 이들이 정치 법관으로 나서는 동안 법관의 사명과 선서는 휴지처럼 버려졌다. 이런 누적된 행동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사법부 독립의 정당성을 송두리째 무너트렸다. 자신의 정당성을 스스로 무너트린 사법부에게 사법권 독립은 개발의 편자다. 지귀연과 조희대 건으로 사법부가 양심과 약자를 위한 독립적 판단이 아니라 ‘권력의 하위 부서’처럼 기능하게 되는 구조적 한계가 노출된 이상 사법부의 민주화는 피할 수 없는 국민적 과제가 되었다.

대법관 14인 체제의 구조적 문제

현재 대한민국 대법원은 생사가 달린 판결을 위해 기소된 내용조차도 읽을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의 정원이 대법원장을 포함해 14명의 대법관 정해졌기 때문이다. 이들 14명이 민사, 형사, 행정, 특허, 노동, 헌법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사건들을 모두 다뤄야 한다. 이 소수의 인원으로 급증하는 다변화된 사회 문제를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건에서도 대법관의 판단이 피상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며, 특정 가치관이나 이념을 공유하는 소수 집단이 대법원을 장악하게 되면, 사법권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위협받는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민주화는 ‘대법관의 증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단순한 수적 확대가 아닌, 전문 영역별 대법관의 제도화가 핵심이다. 이를 통해 노동법, 환경법, 과학기술, 젠더, 소수자 인권 등 점점 더 복잡해지고 전문화되는 사회 문제들에 대해 깊이 있고 책임 있는 판결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예컨대, 일본의 최고재판소가 각기 다른 전문 분야를 가진 대법관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처럼, 한국도 분야별로 대법관을 선출하고 전문 재판부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법관 수는 현행 14명에서 100명, 궁극적으로는 300명까지도 확장되어야 한다(참고로 독일의 대법관 수는 320명이고 프랑스는 120이다). 이는 사법부의 비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다양한 삶과 권리가 공정하게 판단받을 수 있는 공간을 넓히는 사법부의 민주화를 의미한다.

둘째 사법부의 민주화는 권력 분산을 통해 달성되어야 한다.

대법관의 증원과 전문화는 결국 사법부 권력의 분산을 의미한다. 몇몇 대법관이 전횡을 휘두르고, 대법원장이 사실상 사법 권력의 ‘총수’처럼 군림하는 구조를 허물어야 한다. 권력이 소수에 집중되는 현재의 수직적 구조를, 보다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사법 구조로 전환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이다. 이를 위해 대법관 선출 방식 역시 개혁이 필요하다. 시민 사회와 학계, 법조계가 참여하는 공개적인 인사청문과 심사 절차를 통해 정치적 중립성과 도덕성, 전문성이 보장되는 인물들이 대법관에 임명되어야 한다. 국민이 사법부를 감시하고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사법’을 제도화해야 한다.

셋째, 법관의 정년을 최대한 연장하고 대신 퇴임 후 변호사로 개업해 전관예우를 누리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 변호사나 검사가 법관으로 임용될 수 있으나 일단 법관으로 임용된 후에는 변호사가 될 수 없도록 퇴로를 막아야 한다. 사실 법관이 퇴임 후 변호사로 개업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찾아 보기 힘들 것이다. 실제 법관은 영예의 최고봉이기 때문에 변호사로 개업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도 고사하는 것이 법관의 직업 윤리다. 우리나라에서도 문형배 헌법재판관이 퇴임하면서 변호사로 돈을 버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 법관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다. 이런 윤리를 지키는 법관이 많아질 때 국민은 법관들이 독립성을 요구하지 않아도 나서서 지켜줄 것이다.

다행히 조희대와 지귀연이 이런 사법부 개혁을 위한 작은 공을 신호탄으로 쏘아올렸다. 이들이 쏘아 올린 공 덕택에 국민들은 사법부가 힘 없는 약자의 편이 아니라 권력의 하수인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심증에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사법부의 독립은 단순히 외부 간섭을 막는 것을 넘어, 내부 권력의 집중과 폐쇄성을 극복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바로 대법관의 전문화와 증원, 사법 권력의 분산이라는 사법부의 민주화에 방점이 있다.

이제는 ‘사법 민주화’라는 이름 아래, 국민과 함께 사법부를 다시 설계해야 할 때다. 민주화가 불가능하면 단계를 건너 뛰어 혈연, 지연, 학연에서 자유로운 AI 판사들로 사법부를 다시 꾸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