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였던 스탠포드 대학이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하버드를 능가하는 명성을 축적한 계기는 세상을 바꾸는 일련의 사회심리학 실험 때문이다. 스탠포드는 짐바르도의 감옥실험, 에크만의 얼굴 감정실험, 페스팅거의 인지부조화 실험처럼 세상을 바꾼 사회심리학 실험의 성지다.

1970년 초에 아이들을 피실험자로 설정해 진행된 윌터 미셀(Walter Mischel)의 마시멜로 실험도 그중 하나다.

“지금 마시멜로 하나 먹을래, 아니면 15분 후에 두 개 먹을래?”

이 질문은 단순한 유혹 테스트가 아니다. 1970년에 스탠포드 대학교 Walter Mischel와 동료들이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처음 발표한 "지연된 만족을 실현하기 위한 주위 집중 (Attention in Delay of Gratification)"이라는 마시멜로 실험을 위한 처치다. 그 후 #마시멜로_실험 은 여러 맥락에서 반복되며 아이들의 발달, 사회 전반의 신뢰, 자제력, 미래 기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해왔다.

마시멜로 유혹을 견디는 세 가지 변수

1970년 처음 발표된 실험은 4-6세 어린이들이 참여했다. 이 실험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마시멜로를 먹고 싶은 유혹을 어떻게 견디는지를 보기 위해 실험자들이 방을 나가서 안에서는 밖이 보이지 않는 일방향 거울을 통해 지켜보았다. 참가 어린이의 1/3만 약속한 15분까지 기다리는데 성공했다. 성공한 아이들은 먹고 싶은 욕망을 참기 위해 눈을 감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숫자를 세거나, 다른 곳을 보는 전략 등으로 자기절제력을 구사했다. 절제력을 구사했던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했을 때 SAT 성적도 높았고, 스트레스도 잘 견디고, 사회적 능력도 뛰어났다.

2012년에는 뉴욕 로체스터대학의 Tanya Schlam와 동료들은 실험에 참여했던 어린이들을 추적 조사해 이들이 30년이 지난 후 비만과 관련한 체질량(BMI)의 변화를 조사했다. 30년 전 실험에서 1분을 더 기다린 어린아이일수록 30년 후 BMI가 약 0.2정도 낮았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이 후속 연구는 자기규제 능력이 장기적인 건강지표도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을 내렸다.

같은 해 Kidd와 동료들은 아이들의 의지력 때문이 아니라 세상이 얼마나 믿을 만하다고 믿는 지에 따라 마시멜로를 기다리는 시간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한다. 한 실험 조건에서는 실험자가 실험 시작하기 전에 약속을 하고 약속을 안 지키는 처치를 하고 다른 조건에서는 약속을 지키는 처치를 했다. 약속을 지키는 실험 처치에 참가한 그룹의 아이들은 12분 이상을 기다렸으나 실험자가 약속을 안 지키는 모습을 보인 집단에서는 기다린 시간이 3분 미만이었다.

2018년 뉴욕대학교 연구팀은 지연된 보상을 참을 수 있는 자기규제 능력과 성과의 관계는 실제 상황에서는 1/3 정도로 축소되고 나머지 2/3는 아이의 양육 환경이나 부모의 교육수준 등 환경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마시멜로 실험과 다양한 후속연구의 결론은 지연된 보상을 위한 자기규제 능력을 결정짓는 세 요소가 작용한다고 본다.

첫째는 타고난 유전적 기질이다. 일부 아이들은 생물학적으로 더 높은 충동 억제 능력을 타고난다. 이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비교적 침착하며, 보상의 크기와 시점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선택을 내릴 수 있다. 여아가 남아보다 자기규제력이 높다.

둘째는 가정 환경과 부모의 훈육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일수록 미래의 보상에 대한 신뢰가 높다. 부모가 한 약속을 지키고, 일관된 규칙을 보여준 경험은, 미래의 성인으로 성장했을 때 ‘기다리는 것이 이득이다’라는 학습으로 이어진다.

셋째는 2012년 로체스터대학의 실험에서 지적된 실험설계자의 신뢰라는 제도적 요인이다. 환경을 구성하는 제도와 제도의 운용이 일관되어 미래의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심리적 안정지대를 제공할수록 참가자들의 자기규제력이 높다.

정리하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보상을 지연시키는 자기규제 능력은, 단지 개인의 생물학적 성격 특성만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가는 가정 환경과 사회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신뢰도에 따라 유동적이다.

본인과 연구동료들은 특히 이 연구 결과 중 실험자의 신뢰성 요인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에서 왜 젊은 세대가 공정성 이슈에 민감한지를 연구해왔다. 지금 당장 불공정해보이는 상황을 미래를 위해 참을 수 있는 정도를 "관용 개연성(Tolerability)"이라고 정의하고 세대에 따라 참을 수 있는 관용의 범위가 어떻게 다른지를 연구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청년은 왜 그토록 #공정성(fairness)에 민감할까?

마시멜로 실험에서 실험자의 역할을 기성세대에, 참가한 아이의 역할을 오늘날의 청년 세대라고 비유해보면 이들이 공정성에 민감한 이유가 쉽게 밝혀진다. 청년들은 시험, 취업, 부동산, 세금, 정책 등 거의 모든 사회 이슈에서 “참거나 기다리지 않는다”. 지금은 모든 제도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짜여져 있고 이런 불공정한 구조에서는 “기다리면 보상받는다”는 공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미래 보상을 약속했지만 실제로 나라를 운영하는 것을 보면 미래는 커녕 미래를 부도내는 일에 앞장 섰다고 생각한다. 또한 부도난 미래의 빚을 성실하게 갚기보다는 약속을 반복적으로 어겨 신뢰가 더 붕괴되는 상황을 경험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마시멜로를 기다리지 않는 것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공정성을 외치는 젊은 세대는 단지 “조급해서”가 아니라, 신뢰할 수 없는 실험자와 이 때문에 생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약속을 지키지도 않고 운전대를 쥐고 있으며 미래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기성세대 리더에 대한 신뢰의 붕괴가 문제다. 신뢰의 붕괴는 청년들에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견딜 수 있는 심리적 안정지대의 울타리가 송두리째 무너지는 경험을 선사했다. 미래도 불확실하고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의 약속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 눈에 보이는 조그만 보상이라도 당장 취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임을 학습한 것이다.

젊은 세대가 공정성에 목을 매는 이유는 단순한 이상주의 때문이 아니라, 신뢰할 수 없는 약속을 반복해온 기성세대의 작품이다. 청년들에게 공정성은 이상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진성리더십에서도 미래에 약속한 많은 마시멜로를 기다릴 수 있는 능력인 자기규제는 자아인식과 더불어 중요한 두 축을 형성한다. 이 둘은 독자적으로 기능한다기보다 서로를 지탱해주는 두 축이다. 미래의 정체성에 대한 믿음인 비전과 사명에 대한 자기이해 능력을 가진 사람들만이 이 믿음을 실현하기 위해 행동하는 자기규제에 나선다. 또한 자기규제에 대한 성공 체험이 성장에 대한 체험으로 환류되어 자기이해에서 설정한 비전과 사명에 대한 믿음을 강화시킨다. 미래의 원리인 자기이해와 현재 행동하게 만드는 자기규제는 리더를 만들어가는 상보적 축이다.

대한민국은 자신 세대 앞에 있는 마시멜로를 놓고 싸우는 세대전쟁이 아니라 앞으로 태어날 미래세대에게 제대로된 마시멜로를 물려줄 수 있는 진성리더가 통치하는 나라를 소망한다. 이를 위해 진성리더가 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청년들이 잃어버린 미래에 대한 믿음을 복원해내는 일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저 출산률의 정점을 찍고 있는 이유도 미래의 상실에 기인한 것이다. 재벌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면 자기 앞가림도 불투명한데 제 발로 서기까지 최소한 30년 대계가 필요한 출산에 투자할 젊은이들은 없다.

#아이들_웃음_소리가_넘치는_그곳이_바로_천국이다.